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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출연연 R&D 선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구분 : 뉴스
작성일 : 2021-11-15
조회수 : 3846




우리나라에 과학기술 연구단지가 처음 탄생한 곳은 50여 년 전 지금의 동대문구 홍릉숲 주변 지역이었다.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가 설립되었고 1969년 10월 홍릉에서 준공식을 거행하면서 단지 조성이 시작되었다. 이어 과학기술정보센터(1968), 국방과학연구소(1970), 한국개발연구원(1971), 한국과학원(1971)이 순차적으로 창설되었고 거리상으로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태릉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소(1959)가 포함되어 총 6개 기관으로 홍릉연구단지가 본격 가동되었다.

1960년대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산업발전은 경공업 기반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고 그나마 해외 기술도입에 의존하였기 때문에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중요성과 산업발전에 끼치는 영향을 제대로 인식할 경황조차 없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정책은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병행하여 추진했던 '제1차 기술진흥 5개년 계획' 수립에서 시작되었다. 5개년 계획의 마지막 연도인 1966년에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육성법'이 제정되었는데, 육성법 내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규정하고 연구의 자율성, 연구의 재정적 안전성 및 합리적인 연구 분위기 조성의 세 가지 기본 이념을 정의했다. 이 법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자율성이 보장되는 특수법인체로 존재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으며, 이후 우리나라의 연구개발체제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1973년은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산업발전의 획을 긋는 해가 되었다. 연두기자회견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중화학공업정책을 선언하고 전 국민의 과학화운동을 제창하였다. 12월에는 '특정연구기관 육성법'이 제정되어 다양한 산업 분야의 정부출연연구기관 설립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이와 함께 '대덕연구학원도시 건설 기본계획'이 착수되어 지금의 대전광역시 유성구 지역에 제2연구단지 조성을 추진함으로써 산업발전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과학기술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당시 840만여 평으로 시작된 대덕연구단지는 3배 가까이 늘어난 대덕연구개발특구로 확대되었고, 40여 개 민간연구소를 포함한 2622개 기업과 26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입주하고 있다. 특히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연구개발 결과의 기술이전을 통해 산업발전과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주요 5개국 기술수준 발표에 의하면 2020년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은 미국, EU,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에 기록되어 있다. 

2023년이면 창설 50주년이 되는 대덕특구는 매년 세계적인 원천기술과 수많은 첨단 제품을 탄생시켜 왔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1978년 백곰 지대지미사일 발사, 1986년 국산 전자교환기(TDX) 개통, 1989년 4M DRAM 개발, 1998년 한국표준형원전 완공, 2008년 자기부상열차 운행, 2008년 핵융합장치 KSTAR 가동, 2009년 휴보 로봇 개발, 2013년 나로호 발사, 2015년 치매 진단기술 개발 등이 있다. 

창설 50주년을 앞두고 지난 5월 '대덕특구 재창조 종합계획(안)'이 확정되었다. 미래 50년 대덕특구는 세계적 융합연구의 허브 역할과 기술창업의 전진기지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이에 발맞추어 정부출연연구기관 또한 그동안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자기혁신을 포함한 개혁의 고삐를 죄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혁신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자발적인 움직임이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지난 9월 대덕클럽을 포함한 6개 과학기술 단체들로 구성된 '공공과학기술혁신협의회'가 창립 발기회를 가졌다. 혁신협의회는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자기혁신 방안의 모색과 함께 법적·제도적 연구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책혁신토론회, 연구원 설문조사, 과학기술 관련기관 간담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6년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5년 만에 쓰나미가 되어 과학기술 전반에 걸쳐 개혁과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19세기 말 서구 문명이 동북아시아를 덮치던 상황과 비교해 볼 때 화혼양재를 외치며 개혁에 성공한 일본과, 중체서용의 틀 안에서 개혁에 실패한 중국, 그리고 개방과 쇄국 사이에서 우왕좌왕했던 조선의 역사를 거울삼아 150년 만에 다시 찾아온 변화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내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 헬로디디(http://www.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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